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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창의성 연구 전문가 제니퍼 뮬러 美샌디에이고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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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강조되는 시대다. 아이디어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당연히 많은 직장에서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것을 요구한다. 신사업 아이디어, 새로운 마케팅 방법, 새로운 콘텐츠 기획 등등. 그런데 막상 직원들이 고심해 아이디어를 들고 가면 상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 아이디어를 묵살해버린다.
직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아이디어를 죽여버릴 거면 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느냐"고 반항하면서 조직 내 균열이 생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직장 내 광경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학자를 만났다.

수년간 리더십과 창의성에 대해 연구해온 제니퍼 뮬러 샌디에이고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매일경제 비즈타임스팀과 인터뷰하면서 "리더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직원들이 생각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리더가 나쁜 사람이어서 직원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생각의 차이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그에게 생각의 차이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를 들어봤다.

뮬러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창의성에 대해 생각할 때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인지에 기반하는 '어떻게·최선의 사고방식(how·best mindset)'과 미래의 가치를 보고 판단하는 '왜·가능성의 사고방식(why·potential mindset)'의 두 가지에 기반해 판단을 내린다.

직원들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인기를 얻지 않았거나 성공이 입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여긴다. 이는 '이미 성공한 아이디어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리더의 정의와 정반대된다. 뮬러 교수는 "창의성에 대한 두 가지 개념 모두 가치 있지만 양쪽 다 트레이드오프가 있다"고 말했다. 리더가 생각하는 창의성을 따른다면 초기 단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다. 반대로 직원들의 창의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성공한 아이디어를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성공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취할 수 있는) 성공의 '지름길(low hanging fruit)'의 가치를 인지하기 어렵다.

리더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미국 소비자들)과도 다르다. 우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오거나, 어떠한 물건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어울리지 않았던 것들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것 등이 포함된 아이디어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여긴다"고 뮬러 교수는 밝혔다. 이는 '인기가 많고, 잘 팔리는 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보는 리더의 입장과는 많이 다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인기 있는 제품은 곧 흔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인기 있는 제품을 창의적인 제품이라 여기지 않는다"고 뮬러 교수는 꼬집었다.

하지만 리더들이 원래부터 창의성을 인기와 성공 여부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뮬러 교수에 따르면 리더가 되면 창의성에 대한 정의가 변하는 것이다. 원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 사람이었어도 리더 자리를 맡게 된 이후에는 이미 사용자가 많거나 잘 팔리는 제품의 아이디어만이 창의적이라 여기게 된다는 말이다. 뮬러 교수는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아이디어는 태생적으로 사용자가 많거나 매출이 좋을 수 없다. 아이디어가 새로 나온 것이라면 누가 해당 아이디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아가 타국에 있는 회사에 의뢰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무제한으로 내려받으라고 요구하는 등의 거짓된 결과물을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특히 스타트업에 창의성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 확보도 한몫한다. 더 기발하고 뛰어난 아이디어일수록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뮬러 교수는 투자자가 회사 제품의 사용자 수, 매출 등의 지표(metrics)를 기준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할지를 결정한다면 해당 벤처기업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나중의 투자 철회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볼 때 지표는 빛 좋은 개살구(fools gold)이며 이를 사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리더가 된 이후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정의를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의 자리를 맡게 되면 갑자기 사람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상관하고 책임감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라고 뮬러 교수는 설명했다. 새 아이디어를 실현할지 말지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올바른' 아이디어가 되려면 이미 짜인 패러다임에 맞춰져야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정해진 틀을 깨는 아이디어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올바른'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고 뮬러 교수는 강조했다. 덧붙여 "진짜 문제는 리더들에게 창의적인 기회(creative opportunity)를 알아채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의 가치를 판단할 때 오는 긴장감을 조절하는 관리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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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과 성공 여부 외에도 회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수십 년 동안 대기업에서는 혁신을 '특별한 결과(exception)'라 생각했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결과(rule)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리더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알아채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리더는 특정한 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해당 사람이 아이디어가 (실행되도록) 밀어붙이는 데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리더가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을 잘하는 혁신가를 외부에서 고용해야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되고 실행된다. 노하우가 있는 혁신가들은 리더가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아이디어가 훌륭한 가능성(매출, 사용자 수 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게 만드는 것이다. 해당 아이디어가 인기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리더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허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나온 지 오래되었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을 원하는 현상 유지 편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태생적으로 이런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미국의 창업 아이디어 투자 유치 경쟁프로그램 '샤크 탱크(Shark Tank)'에서 한 참가자는 소고기버거를 대체할 버거로 새우버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새우버거 아이디어를 미국에서는 소고기버거를 대신해 먹는 것으로 인지돼왔던 칠면조버거와 비교해 설명했다. 그렇지만 '샤크(투자자)'들은 칠면조버거와 비교했을 때 새우버거는 마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해당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거절했다. 이때 투자자들은 매우 잘못된 결정을 내렸었다. 새우버거를 실제 제품으로 만든 CBS푸드는 (그 후) 1년 동안 수익 500만달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노련한 혁신가들은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제품들과 비유를 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영화계에서도 이런 방법은 자주 사용된다. 영화 '에일리언'은 '우주의 죠스'라는 콘셉트로 제시(pitch)됐다. 경영 부문에서는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렌트 더 런웨이'가 자사를 '패션계의 넷플릭스'라고 부르며 이름을 알렸다.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업에 빗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한다면 해당 아이디어는 더 창의적이고, 흥미롭고, 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현상 유지 편향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들이 창의성에 대해 갖는 편견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창의성과 관련해 사람들은 두 가지 사고방식을 갖는다.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인지에 기반된 '어떻게·최선의 사고방식(how·best mindset)'과 미래의 가치를 보고 현재의 불확실성을 더 잘 받아들이는 '왜·가능성의 사고방식(why·potential mindset)'이다.

우리의 연구를 보면 좋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최선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사고방식은 사람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당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됐다. 그렇지만 직면해 있는 문제가 이미 존재하는 해결책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창의성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창의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아도 바로 해당 아이디어가 나쁜 이유만을 생각하게 된다. 해당 아이디어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창의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존의 패러다임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다. 필름카메라 전문가들은 암실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를 싫어했다. 카메라를 생각했을 때 연상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가 '나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전문성과 편견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가치를 보지 못할 수 있다. 본인이 어떠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질문하고, 호기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즐겨 보아라. 만약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도 아직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본인의 평가가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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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이 이전에 나왔던 아이디어와 비슷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우 심오한 질문이다. 리더들은 '새롭게' 보이는, 그러나 이전에 나왔던 아이디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경쟁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보다 받아들일 가능성도 더 높다. 심지어 경쟁사가 사용하거나 이미 시도됐던 아이디어를 리더들은 더 창의적으로 간주한다는 증거도 있다.

진정한 창의성은 생각의 전환이라고 본다. 무언가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창의성이다. 예를 들어 더 나은 쥐덫을 만들기 위해 쥐덫을 치즈와 스프링이 있는 도구라고 생각을 한다면, 쥐덫에 놓이는 치즈를 더 맛있게 만들고, 크기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사람들이 줄 수 있는 변화다. 그렇지만 이는 쥐덫에 대한 사고의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만약 쥐덫을 유전자공학을 사용해 번성할 수 없는 쥐를 만드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완전하게 생각을 전환한 것이다.

모든 과학 발달과 모든 혁신은 이전 업적을 토대로 진행돼 왔다. 이는 사실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그렇지만 모든 발명은 이전 것을 다시 생각하고 재정의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근본적으로 생각의 전환을 한 것이다.

―리더 본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편견을 깨고 마음을 여는 방법이 있다면.

▷대부분의 리더는 혁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MBA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리더의 혁신 능력을 키우기보다 해를 더 많이 끼친다. MBA 과정은 '올바른' 정답을 찾도록 리더들을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혁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리더들도 있다. 이러한 리더들은 과거에 발명가였을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백그라운드 때문에 아이디어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갖춘다. 자신을 경영 능력을 갖춘 투자자로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발명가들도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매출, 사용자 수 등의 지표를 갖고 해당 아이디어 자체를 판단하지 않고 지표를 아이디어가 어떠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요소로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진정한 혁신은 미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지를 그들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리더가 발명가처럼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직접 무언가를 발명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성공의 증거가 아닌 가능성의 증거를 찾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회사에 상대적으로 젊은 밀레니엄 세대 직원이 많다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책에서 밝혔다.

▷미국에서는 교실당 학생 수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을 공평하게 대우하기 위해 더 강한 평준화 정책을 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공평하게 성적을 주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답이 있는 시험과 과제를 줘야 한다. 명확한 정답이 있으면 채점하기도 쉽고 공평하게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태생적으로 불분명하다. 나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공평하게 점수를 매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생님들은 창의성을 수업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선생님들이 창의성을 다시 수업에 포함시켜 가르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창의성을 가르치는 동시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매길 때 형평성을 잃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혁신(역량)이 감소하고 있다. 교실에서 창의성을 가르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는 국가들이 미래의 세대에게 필요한 '혁신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면,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창의적이기 위해서 어떤 사람의 삶에 임팩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 나는 아직 발견되지 못한 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실행시키지 않는 이상 해당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를 알 수는 없다.

제니퍼 뮬러 교수는…

제니퍼 뮬러 샌디에이고대학교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미국 서던메서디스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브랜다이스대학교(Brandeis University)에서 사회·발달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오랫동안 창의성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올해 초 저서 '우리가 창의적인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원제 Creative Change: Why We Resist It … How We Can Embrace It)'가 출간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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