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이 교차한… 前現 대통령 4인의 하루
[동아일보]
‘피고인 박근혜’ 첫 재판… “혐의 모두 부인하나” 묻자 “네”
최대인파 몰린 ‘노무현 前대통령 8주기’…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꿈 다시 시작”
4대강 논란 휩싸인 이명박 前대통령… 이명박 前대통령측 “우파 와해의도 정치보복”
법정에 선 박근혜 前대통령, 노무현 前대통령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노무현의 꿈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재판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오른쪽은 문 대통령이 추도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는 장면. 김재명 base@donga.com·김해=변영욱 기자23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에 첫 재판을 받기 위해 피고인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갑을 찬 양손을 모은 채 호송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수척해진 얼굴로 줄곧 바닥을 보며 법정으로 향했다. 남색 정장의 왼쪽 가슴에 수감번호 ‘503’이 찍힌 배지를 단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구입한 머리핀 4개로 만든 ‘올림머리’ 곳곳엔 흰머리가 비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뇌물사건 첫 공판에서 최순실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피고인석에 섰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직권남용과 뇌물 등 모두 18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공소사실 전부 부인하나”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짧게 “네”라고 답했다.
5시간 뒤인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장에는 역대 최다 추모객이 몰렸다. 노란색 풍선들 너머로 문재인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나서자 추모객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며 대통령을 둘러쌌다. 문 대통령은 시종 엄숙했던 표정을 풀고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물로 애도하던 참석자들도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이제 노무현의 꿈이 다시 시작됐다”며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감사 지시로 4번째 감사에 휘말려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두우 동양대 교수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이제 이 전 대통령밖에 남지 않았다”며 “우파의 구심점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2003년 이후 14년 동안 보수와 진보는 각각 2명씩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날은 이들 전·현직 대통령 4명의 엇갈린 운명이 극명하게 대비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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