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훔쳐 배채우는 대기업…7년간 과징금은 단 '1건'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투명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천명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계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결하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 공약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경제생태계를 교란하는 불공정거래 관행들을 집중 조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해본다.
[['공정거래' 中企 육성 첫 단추]②기술·전문인력 빼가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을 통해 이같은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문제를 재벌의 횡포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새 정부에서의 제도 변화가 예고됐다. 감독 권한을 쥔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중소기업이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로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거론, 관련 법 적용 수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6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새 정부는 고질적인 대기업의 갑질 근절과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위해 공정위의 감독권한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기구인 가칭 ‘국가을지로민생위원회’에서 관련 부처 실무자를 중심으로 해법을 찾는다. 특히 기술탈취는 시장의 공정성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관심이 많은 문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이 있었던 현대자동차 관계자 등을 불러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탈취에 따른 피해규모는 2015년에만 주춤했을 뿐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전국 1470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액은 3269억원이다. 2014년 127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902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1097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기술유출 비율도 2년 연속 3.3%를 유지하다 지난해 3.5%로 상승했다. 중소기업간 기술유출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절반 가까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계약관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수 기술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기술유출 당사자의 약 70%가 퇴사 직원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기술을 빼내 퇴사한 후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갈아탄다는 얘기다. 특히 핵심인력 스카우트방식으로 기술유출을 당한 기업은 파악된 것만 36.5%에 달한다. 중소기업 핵심인력인 산업기술전문가의 경우 1년 이내 조기퇴사율이 44.6%로 대기업의 2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인력유출도 위험수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기술탈취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한 데는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법이 개정된 2010년부터 지금까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관련해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 조치를 내린 사례는 5건이 전부다. 이중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는 2015년 LG화학이 유일하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라벨을 만드는 하청업체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아내 중국법인에서 직접 제작하다 1600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나머지 4건은 모두 과징금이 없는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공정위의 제재 조치가 미미한 데는 중소기업의 신고 자체가 적은 이유도 있다. 재단에 따르면 기술유출 후 수사를 의뢰한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계는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의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와 기술유용 혐의가 있어도 입증이 어려워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입증 가능성이 높아도 대형 로펌이나 법무팀을 거느린 대기업을 상대로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역시 강제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고 법 위반에 따른 대금산정도 어려워 과징금 부과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상 기술자료의 범위를 완화하고 위반시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입증요건은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 입증요건보다 엄격하다. 갑을관계가 명확한 하도급 계약관계에서의 기술유출이 핵심기술자 영입 등으로 인한 기술유출보다 더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영업비밀 요건을 더욱 완화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정부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황이어서 격차는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며 "기술탈취 사건에 대해선 공정위가 피해배상을 명령하는 징벌적 배상명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당 2천여만원 상당 北 무인기에 전략시설 속속 '노출' (0) | 2017.06.13 |
---|---|
셜록 홈스 한국서도 등장할까, 공인탐정제 다시 주목 (0) | 2017.06.12 |
학교 운동장이 이렇게 비어갑니다 (0) | 2017.06.07 |
중국 친환경차 시장 1위 예고…구매 의사 가장 높아 (0) | 2017.06.07 |
누구나 만들수 있는 페인트가 뿌려진 디자이너 신발이 90만원? (0) | 201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