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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형 고가- 특수 교량 안전한가?

주변 옥상에서 내려다 본 정릉천 고가도로의 모습.


우리나라 건축, 토목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솜씨자랑이라도 하듯 세계 최초니, 최고(最高)니, 최장(最長)이니 하는 수식어를 만들어 낸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토 구조상 도시의 건축물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교량과 터널 등은 날로 넓어지면서 길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하여 높아지고 길어지는 만큼 안전성 문제도 그만큼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 내부순환도로 정릉천고가의 중대결함과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 화재사고 이후 대형 고가와 교량, 터널의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령이 미비하다면 보완하고, 장비와 인력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상시 점검체계를 갖추는 것만이 혹시 있을지 모를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21일(그 날은 일요일이었다)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에 난데없는 통행금지령이 떨어졌다.
서울시는 왜 월요일을 앞두고 급하게 전면통제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유는 해마다 이맘 때 실시하는 해빙기 안전점검 중 중대한 결함이 발견 됐기 때문이다.

 

정릉천고가 케이블 파단 모습.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4조를 보면 ‘어떤 중 대결함’이 발견될 경우엔 사용제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며칠 전 정기점검 중 정릉천고가를 버티도록 잡아주는 케이블 다발 20개 가운데 하나가 끊어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전문적으로 표현을 하면 텐던(양쪽서 교량을 지탱해주는 케이블)이 파단(재료가 파괴되거나 잘록해져 둘 이상으로 떨어져나간 것)된 것이다.

 

법령이 미비하다면 보완하고, 장비와 인력을 보충하고 상시

점검체계를 갖추자.

그리하여 시 안전자문단과 한국시설 안전공단 등 전문가를 동원해 정밀점검에 들어갔고, 다른 케이블도 끊어지거나 녹이 슬어 있는 것을 추가로 확인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리 붕괴’ 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보고 통제를 제안했다.


그러면 1999년 건설돼 17년 밖에 안된 정릉천고가가 왜 탈이 난 걸까?


건설될 당시 국내에서는 획기적 방식이었던 PSC(Pre-stress Concrete) 공법’을 채택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PSC공법은 이론상 거의 완벽한 안전한 공법으로 알려졌고, 일부에선 100년도 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치켜 세웠었다.

 


부실공사 논란 일어

다행히도 정릉천고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임시 강재 교각 설치를 마치고 일반에 통행을 재개했고 지금은 텐던 교체 등 전면 보수·보강작업을 진행 중이다.


처음 문제의 중대결함으로 밝혀졌던 텐던은 15개의 강연선이 묶인 다발로, 고가도로 양쪽에 10개씩 총 20개가 설치돼 있는데 8개는 콘크리트에 묻혀 있고 12개는 외부에 노출돼 있었다.

 

정릉천고가 교량상부 구조물 내부에서 교체공사를 마친 텐던

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서울시는 전문가 점검 결과, 처음 발견된 1개 텐던 외에도 강연선 다수가 끊어지거나 부식이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
텐던이 끊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으며, 파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량을 지지하는 PC강선이 모인 박스 위에 설치된 에어벤트(공기구멍)로 빗물이 유입되면서 강선이 부식, 파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릉천고가 설계에는 빗물이 흘러들어가지 않게 돼 있어서 부실공사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1999년 준공 당시 이 교량은 동부건설과 한진건설(현 한진중공업에 흡수 합병)이 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진일보한 공법으로 평가되는 PSC공법으로 건설된 강변북로의 서호교와 두모교에 대해서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서호교(4850m)는 당산철교 북단과 한강철교 북단 사이를 잇는 다리이고, 두모교(3670m)는 반포대교 북단과 용비교 앞을 연결하는 교량으로 각각 하루 20만여 대 이상이 통행하고 있다.

 

혹시 PSC공법 구멍?

그렇다면 케이블이 부식돼 파단 되는 중대결함을 왜 뒤늦게 발견했을까?


원래 시특법(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엔 2년마다 한 번씩 정밀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해빙기 안전점검 바로 직전의 점검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뤄졌던 것으로 서울시는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점검이 이뤄졌고, 마지막 달에는 보고서도 나왔다. 또한 올 1월엔 시설공단이 수시점검을 실시했고 그때만 해도 케이블 파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한달 만에 튼튼하다는 케이블이 부식돼 끊어질 수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육안으로 진단을 했기 때문에 애초 발견을 못했을 수가 있고, 파손이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앞에서 밝힌 정릉천고가에 사용된 PSC공법은 PVC파이프 안에 케이블 다발을 넣고 그 안에 시멘트로 채워 외부와 차단하는 시공법이다.


그런데 시멘트 안의 케이블이 녹이 슬어 끊어진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것은 시멘트로 채우는 과정에서 기술상의 문제로 덜 채워졌거나, 후속작업인 환기구 구멍을 봉합할 때 공극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관계자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안전자문단도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는 이유이다.


정릉천고가는 콘크리트로 시공해서 유지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 정릉천고가 밑의 하부 면적이 좁아 교각과 상부를 잇는 부분을 역사다리 모양으로 만들어 지형을 살렸다. 이 때 PSC공법이 적합한 경우이고 이 공법은 이론상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하는데 파단이 됐다는 것은 내부순환로의 다른 고가 부분도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


특수교 피뢰침 설치 1곳 뿐-

 

2015년12월 3일 발생한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사고 모습. 특수교의 안전대책에 큰 구멍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사고도 특수교의 안전대책에 큰 구멍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감식 결과 낙뢰로 인한 화재로 밝혀졌다는데 그 큰 교량에 피뢰침이 4개 밖에 설치되지 않았고, 그나마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현장에 긴급 복구 작업을 나선 모습.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현재 서해대교 등 전국에 설치된 특수교량 45곳 중 44곳이 케이블을 낙뢰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피뢰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한 곳이 세종시에 건설된 한누리대교이다.

 

특수교는 상부구조 형식에 따라 현수교, 사장교, 아치교 등으로 분류된다. 특수교는 주로 주탑과 케이블선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케이블교량이라고 불릴 정도로 케이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현수교 5곳과 사장교 39곳 등 모두 45개 특수교량이 설치돼 있다. 현재 건설 중인 현수교와 사장교는 각각 4곳과 23곳이다. 주탑과 다리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교각이 적은 현수교와 사장교는 경제성 등을 이유로 건설이 늘고 있다.


사장교는 주탑에서 비스듬히 친 케이블로 상판을 매단 구조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 사이에 메인케이블을 늘어뜨리고 메인케이블에서 추가로 상판과 연결되는 케이블을 설치해 지탱하는 구조다.

 

인천대교 모습.

특수교는 교량 상판을 지탱하는 하부 교각을 설치하기 힘든 지형에서 유용하기 때문에 영종대교·인천대교·진도대교 등 해안지역에 많이 설치돼 있다. 광안대교처럼 주탑과 케이블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교량은 일반교량과 특수교량으로 크게 나뉘며, 국내에 설치된된 교량은 대부분 일반교량으로 3만여 곳에 달한다.

 

케이블에도 피뢰침 달아야

취재 결과 낙뢰에 따른 과전압의 발생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 폐쇄회로나 가로등, 관리실 장비 등 각종 기계장치가 한꺼번에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특수교들이 낙뢰에 무방비일 정도로 피뢰침 시설이 돼 있지 않을까?


1곳당 수백 억~수천 억 원에 달하는 특수교를 건설하면서도 피뢰시스템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은 법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의 도로교 설계기준을 보면 교량은 건축물이 아니라 시설물로 분류돼 있어 피뢰시스템을 어떻게 설치하라는 규정이 아예 없다.


특수교의 주탑에만 피뢰시스템이 있는 것은 규정 보다는 높은 시설물이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케이블 설계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탑에만 피뢰침을 설치할 게 아니라 케이블 곳곳에도 피뢰침을 달아야 낙뢰 시에 화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피뢰침에서 흐르는 낙뢰를 지면까지 전달하는 접지선을 연결하면서 전문 접속도체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뢰시스템 설계도와 측정기록이 아예 없거나 관리자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국민안전처는 건축법에 관련 규정을 새로 넣기로 하고 국토교통부 등은 T/F팀을 꾸려 세부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한편 일부에선 피뢰침에서 흐르는 낙뢰를 지면까지 전달하는 접지선을 연결하면서 전문 접속도체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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